팀 가오픈 프로젝트 <(POP UP!) 세 들어 사는 꿈>은 28일까지 계속됩니다.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기획노트>
‘공간’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공간이란 사실,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이다. 나는 나의 방, 그리 고 이곳 쇼앤텔을 떠올려 보았다. 그러나 그곳들은 엄밀히 말하자면 ‘나의 공간’이 아니었고, 심지어 내가 삶을 지불 해 어떤 공간에 들어 산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곳의 주인이 아닌, 여전히 ‘세입자’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세 들어 사는 꿈’이라는 제목은 그로부터 나왔다.
고작 꾸는 꿈이 세 들어 사는 일이라니. 하잘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가. 집을 구하기 어느 때 보다도 어려운 세대.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 나는 그 세대 속에 살고 있다. 그래서 인가. 나는 자주 엉뚱한 상상을 하 면서 환상의 세계로 도망을 간다. 그곳에서는 집중력만 충분하다면, 한계 없이 어디든 누빌 수가 있다.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건 여전하지만.
어쩌면 나는 무언가를 외면하고 싶어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외면하는 방식으로 직면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꿈에게 (의식/무의식)이라는 지대를 세 주고, 그곳에 헤엄쳐 들어가 진실의 조각들을 엿본다. 난잡한 그 소음들 속 에서 가끔 신호를 끌어오고, 의미를 끼워 맞춰 가며 삶을 가늠해 본다. 나는 삶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
그럼에도 수많은 삶을 버려왔다. 이제는 새로운 것을 가지게 되었다고 믿으면서. ‘다른 것’, ‘이전에 없던 방식’대로 삶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격려하면서. 한편으로 새로운 무언가가 되지 못하는 자신을 끊임 없이 쓰레기통에 던져 넣고 싶어하면서. 동시에 그런 마음을 가진 내가 불쌍해 끌어 안고 쓰다듬으면서.
불확실성 앞에 내 등은 계속해서 무너져 내리며 주저 앉는다. 끊임없이 나의 걸음을 의심한다. 그러면서도 걸음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걸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렇게 설계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부턴가 무언가를 찾 아 헤매고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 채.
어디로 떠났는지도 알지 못하는 이 여행 중, 나는 여러 존재들과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그들에 의지해 길을 관철시키기도, 과감히 길을 버리기도 한다. 다른 길로 새어 보기도, 길을 닦아 새로운 길을 만들어 보기도 하며 나 는 내가 ‘옳게’ 가고 있는 지를 그들을 거울 삼아 가늠해 보는 것이지만, 애초에 ‘옳음’이란 무엇일까.
다만 나는 이들과 손을 잡고 있을 때, 그저 살아있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은가를 느낀다.
삶이란 서로의 존재에 세 들어 사는 꿈.
'팀 가오픈’은 이런 맥락에서 만들어졌다.
우리는 물리적인 공간(쇼앤텔)과 정신적인 공간(팀 가오픈)에 세 들어 우리 삶을 ‘가오픈’ 하기로 했다.
‘남아기’에게 삶이란 단 한 번뿐이 아니다. 그는 어제 죽고 오늘 부활했듯이 오늘도 죽고 내일 다시 부활할 것이다. 자신의 영혼에 가장 적합한(proper) 몸을 입고서. 그것만이 부동의 자산(property), 우리가 가진 유일한 ‘자신의 것’ 이다.
‘쥰이버스’는 세상에 처음 날 때, 개인의 의도와 선택이 배제된 채로 세상에 세들어졌다고 여긴다. 이 삶을 얻기 전 최초의 기회의 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지로 구성되어 세들 것인가. 그가 세 든 상상구에서, 여러 분은 지금의 삶이 아닌 다른 삶을 상상해 볼 기회를 얻게 된다.
‘나응해’의 착상구는 상상구에서의 인상과 연결되어 진행된다. 이 공간은 수정란이 안전하게 세 들 수 있는 관대하 고 푸근한 엄마 뱃속 같은 공간이다. 이곳에서 서로가 안전하고 푸근한 시공간이 될 때 어떤 흐름, 영감, 실마리들 이 떠오르고, 창조될 무언가의 가능성을 믿고 함께 흘러가 본다.
‘자림정’의 비상구에 진입하면 그동안 적당히 흐물거리게 된 의식을 흔들어, 그 속에 섞인 무의식적 마음들을 건져 내 본다. 축축하고 퀘퀘한, 그러나 솔직한 이 공간의 중얼거림에 녹아들며 자신의 깊은, 구석진 곳에 떨어진 이야기 를 주워올려 볼 수 있기를 바란다.
<(POP UP!) 세 들어 사는 꿈>의 경험을 ‘OOO의 임대구’를 임대해 남기고 전시할 수 있다. 임대료는 머문 시간과 흔적으로 받는다. 무엇이든 남기고 가도 좋다. 물질적인 것이든, 비물질적인 것이든 이 공간에는 당신의 흔적이 남 게 되고, 당신 이전과 이후의 그것들과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변화해 간다.
출구에 다다르기 전, 당신은 ‘남아기의 삼일구’로 다시 돌아온다. 불과 30분 전의 당신은 죽고, 부활했으며,
새로운 순환을 시작했음을, 지금의 영혼에 가장 적합한 몸을 입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될 것이다.
- 자림정(쇼앤텔 운영자3)
주최 | 아티스트런스페이스쇼앤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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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전화번호 | 01068900823 |
공식홈페이지 | www.showandtel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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