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닿을 수 없는 숨
참여작가: 김꽃님
기획 및 글: 박소호
디자인: 이시원
일정: 2022년 10월 04일(화) - 2022년 10월 16일(일)
시간: 13:30~19:00 (월요일 휴무)
장소: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 16길 52-19 예술공간 의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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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은 마음을 희석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순도 높은 감정들에 물을 타서 서서히 잊혀가는 거에요.
완전히 희석될 때까지 물을 붓는 거에요.
- 김꽃님 작가노트 중에서 -
어떤 숨은 시가 되고 어떤 숨은 일기가 되고 또 어떤 숨은 소설이 된다. 이 호흡은 차분하지만 쓸쓸한, 포근하지만 날카로운 어휘로 장면들 사이의 공간을 살며시 감싸고 있다. 김꽃님이 그려내는 장면은 최대한 간결하고 단순하게 하나의 낱말을 툭하고 내뱉는다. 여러 가지의 내용을 담기보다 한가지 사건과 상황으로 보는 이에게 여운의 자리를 건넨다. 사건의일부와 확대된 단서의 모습에서 표정에서는 마주칠 수 없는 밀착된 정서와 공간이 드러난다. 우리가 접하는 영화라는 장르에서는 의도와 목적에 따라 단서와 장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됐지만, 김꽃님의 작업에서는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의 빈공간에 집중하게 한다. 말하는 이가 남긴 음절, 단어, 문장은 일종의 숨이 되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비슷한 듯 다른 여러 개의 화면, 무언가 할 말을 품은 사물과 인물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구성이다. 만화의 컷처럼 여러 각도에서 인물을 보여주거나 동작의 분절을 통해 한 공간 안에서의 시차를 보여주고 있다. 여러개의 화면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기도 하지만 장면 자체의 독립성을 확보하여 사물과 인물의 정서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그가 만들어낸 화면 하나하나는 문장에서 분리된 음절처럼 보인다. 물리적 연결과 구성을 위한 음절이라기보다 상형 자체의 가능성을 지닌 음절의 모양 그 자체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언어에서 문장으로, 문장에서 단어로, 그리고 음절로, 하나의 문장이 만들어지는 반대 방향으로 작가의 작업을 바라보면서사 너머로 보이는 어떠한 정서가 자리하고 있다. 장면과 장면은 하나의 음절, 또 하나의 음절로 연장되어 유기체적 이야기를 만든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상호작용이 이쯤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러한 N개의 음절, N개의 화면은 상하관계의위계를 멀리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언어적 도구로 수평적관계를 만들어낸다. 시작과 끝, 끝과 시작이 없는 구성으로 어느 방향에서는 자연스러운 서사가 진행될 수 있는 구조다. 자연스레 적당한 거리에서 화면들을 보고 있자면 경계가뚜렷하지 않은 이야기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서서히 다가가다 보면 이내 툭하고 내려앉은 감정과 만나게 된다. 모기에 물린자국, 알 수 없는 상처, 떨리는 손에서 책장 깊숙하게 숨긴 한 음절의 깊은 호흡이 흘러나온다.
서술어가 많은 여러 마디의 설명보다 하나의 동작과 순간에서 도저히 닿기 힘든 감정의 깊이와 서사가 드러날 때가 있다. 설명할 수 없지만 공감할 수 있는 내면의 모습, 그리고 의미를 담고 있는 완벽한 문장의 형태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예민하고 세밀한 정서의 모양, 김꽃님이 그려내는 화면은 끝과 시작 사이에 있는 호흡이며 감정이 내뱉는 사건과 사건 사이의 시공간이다. 밀물인지 썰물인지 구분되지 않는 감정을 담고 있는 장면들, 이를 바라보는 관객의 시선은 전시가 열리는바로 지금 여기에서 새로운 이야기로 확장된다. 화면 주변을 감싸는 공기의 질감과 온도, 그리고 한 마디의 숨은 여러 갈래의 문장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기획 / 글 _박소호
주최 | 예술공간 의식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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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전화번호 | 0507-1414-9653 |
공식홈페이지 | https://www.instagram.com/the_necessaries/ |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로16길 5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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